2024. 03. 05 (화) 10:15 | 최종 업데이트 2024. 03. 06 (수) 11:16

에스트래픽은 잡플래닛 선정 ‘2024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서 CEO지지율 100%로 1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중소·중견기업 중 급여·복지 부문 1위, 경영진 부문에서도 7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알짜’인건 확실한데 생각보다 생소한 회사라고? 그렇다면 오늘 아침 회사를 출근하며 교통카드를 찍고 무심코 지나온 지하철 2호선 개찰구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또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유지한 채 요금 징수와 동시에 톨게이트를 통과해 본 경험은?
에스트래픽은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각종 교통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으로 창립 11년차,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지난해 무역의 날에는 ‘수출액 3천만불탑’ '서비스탑'을 받은데 이어 '은탑산업훈장'으로 대통령 훈장까지 받았다. 단번에 3관왕을 달성한 셈. IT서비스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에스트래픽 대표실에서 마주한 문찬종 대표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방금 도착했다'는 훈장 이야기를 할 때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7.5% 늘었다는 소식을 나눌 때보다도 표정이 한껏 밝아진 순간이 있었으니,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함께 자리한 김종필 부사장과 문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말했다.
Speedy, Smart, Safe
'회사 이름이 왜 에스트래픽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3가지 단어였다. 에스트래픽(S-traffic)의 사명 안에 담긴 ‘S’의 의미, 3가지 역할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어떻게 빛을 발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Speedy한 성장…”창립 5년 만에 코스닥 상장한 비결”

에스트래픽은 <2023년 무역의 날> 3관왕에 올랐다 (사진=에스트래픽)
2013년, 삼성SDS는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하이패스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 교통솔루션사업을 진행하던 사업부문을 정리했다. 소위 잘 나가던 사업 부문이 정리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직원들 서른 명 남짓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회사로부터 기술과 특허권, 솔루션 등을 양도 받아 2013년 설립된 회사가 바로 에스트래픽이다.
“제가 몸 담았던 사업부가 꽤 큰 조직이었어요. 하이패스를 비롯해 다양한 스마트 교통솔루션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기술력을 키워가던 시기였죠. 그 전까지만 해도 기술력이 없었으니 도로, 지하철 건설, 시스템 구축까지 모두 수입산에 의존해왔는데요.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 성공에 가까워진 시점이라 그동안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 아쉬웠어요. 함께 한 고객들, 협력사들, 그리고 그 노력을 함께 지켜낸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
그렇게 ‘길에서 가치를 창조한다’는 미션 아래 새로 자리잡은 터는 경기도 판교. 2013년 당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완공된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삼성, SK 등 여러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IT 대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사무실 불을 밝히던 시기였다. 원대한 포부를 안고 창업한 회사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주변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틈에서 문찬종 대표와 구성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판교 출근길에 올랐을까.
“창업하고 판교에 입주한 첫 해, 얼마나 직원들 눈치를 살피며 노심초사했는지 몰라요. 멀쩡히 대기업 잘 다니던 후배들이 느닷없이 중소기업을 차리겠다고 나온 거잖아요. 대부분이 30-40대 가장들이었는데 가족들을 힘들게 설득해 한 배에 탔으니 저로서는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컸죠.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어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창 밖 너머로 직원들이 출근하는 표정 하나하나를 지켜봤어요. 그렇게 첫 해를 보내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어요. 망하지 말자.” (문 대표)
문 대표와 김 부사장은 대기업 이름표를 내려놓고, 믿음 하나로 의기투합한 직원들을 위해 행동해야 했다. 문 대표와 김 부사장은 삼성 SDS에서 사수와 부사수로 만나 20여 년을 함께 했다. 지원군 탄탄한, 보호막같은 대기업 우산 아래 있다가, 우산 밖으로 나왔으니 처음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회사의 방향성부터 체계를 만드는 것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내야 했다. 고민 끝에 모든 구성원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가기 위한 목표 설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기업에 있다가 중소기업으로 오면 달라지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대기업에선 사업을 추진하다 이슈가 생기면 회사 내 법무팀, 홍보팀 등 체계적인 지원군들이 뒷받침돼 도와주잖아요. 일종의 보호막이 꽤 탄탄하게 버티고 있죠. 반대로 창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우리가 도맡아 책임져야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죠. 대표님 말씀처럼 ‘망하지 말자’라는 일념으로 좀 더 체계적이고 촘촘한 성장 목표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종필 에스트래픽 부사장)

에스트래픽 문찬종 대표 (사진 = 에스트래픽)
Smart 한 결단력…”임직원이 곧 회사기 때문”
그렇게 ‘VISION 2018’을 정립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이상, 회사가 탄탄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장’이 답이라 생각했다. 상장을 통해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판단이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 상장은 이제 막 시작한 회사에서 꿈꾸기에 참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실현해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 상장을 발표했다가도 실패하는 회사들의 소식이 뉴스에 심심치않게 오르내리곤 하지 않나.
“창업 이듬해 VISION 2018을 만들어 '매출 1000억 원이 되는 순간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창립 첫 해 130억 매출 이후 4년 만에 매출액 1000억 돌파를 금세 해냈어요. 그렇게 5년 만에 상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냈고요. 이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꾸준히 회사의 5개년 비전을 세워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회사 설립 후 제일 잘 한 일은 비전을 설립하고 수행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문 대표)
그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한 목표였다'고 회고했다. 이제 막 창립 5주년을 맞은 회사가 '상장'을 이뤄낸 것, 단지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결과였을까? 서른 명으로 시작해 지금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꾸준한 매출을 견인하는 주력 사업, 미래 먹거리로 삼을 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등 다양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간단했다. 회사의 성장을 함께 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깊게 뿌리 내린 덕분이라 답했다.

에스트래픽 문찬종 대표(중간)와 김종필 부사장(맨 왼쪽)이 에너지 절약을 위한 릴레이 캠페인 '2023 쿨 코리아 챌린지'에 동참했다 (사진=에스트래픽)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직원들을 위한 체계적인 복리후생,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워라밸을 챙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살폈어요.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공동체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사내근로복지지금을 설립했고요. 업무 동기 부여를 위해 경영 목표를 달성한 정도에 따라 매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죠.
또 모두에게 이견이 없을만한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평가자와 피평가자는 꾸준한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집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부사장)
*사내근로복지지금 : 기업복지제도의 일종인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는 기업이익으로 기금을 출연해 독립된 기금법인을 설립하고 근로자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고정 지출인 연봉을 높이지 않고도 근로자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해 의욕과 사기를 높인다. 또 회사가 어려울 때는 출연액을 조절할 수 있어서 회사 경영에 유리하다. 근로자도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실질적 임금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잡플래닛 리뷰를 살펴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대기업에 준하는 복지제도'를 최고로 꼽고 있다.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의 경우 대학교 학자금은 물론이고 취학 전 아동의 유치원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청년지원 제도에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청년 재직자들의 목돈 마련을 돕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회사 설립 초기, 판교테크노밸리는 정말 ‘꺼지지 않는 등대’였어요. 에스트래픽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금의 성장 기반을 다져 나갔죠. 그렇지만 그런 방식의 열정과 노력이 계속 지속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해요. 일을 사람이 하잖아요.
더 큰 성장을 위해선 구성원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도 필요해요. 저희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 업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설정해 업무할 수 있게 돕고 있고요. 7년 장기근속자에게겐 한 달간의 안식월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
모두의 안전(Safe)을 위해…“국내 너머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은 통한다!”
에스트래픽은 창립 이후 10년 가까이 도로교통사업과 철도교통사업, 두 축으로 성장했다. 과거 수입에만 의존하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징수시스템(TCS, Toll Collection System)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교통카드전문 자회사 ‘서울신교통카드’를 설립하며 서울지하철 교통카드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최고 160km/h로 통과해도 통행료 부과가 가능한 새로운 하이패스 시스템인 ‘스마트톨링’을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에스트래픽은 2020년 ‘VISION 2025’를 수립했다.
“전세계의 교통시스템에 우리의 솔루션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만해도 국내에서 교통시스템으로 해외 진출한 전례가 없었어요. 국내만이 우리 무대가 아니다 싶었고, 해외에서 뛰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아제르바이잔을 시작으로 인도, 스페인, 프랑스, 콜롬비아, 미국까지 쭉쭉 진출했어요. 작년 기준으로 보면 매출액 약 3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문 대표)
서른 명 남짓한 구성원으로 시작해 2024년 현재, 해외 지사 근무자 및 R&D 인력 포함 220명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구성원들에게 '좋은 회사'로 인정받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이번에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는 게 제게 의미가 커요. 우선 ‘직원들을 향한 저만의 짝사랑은 아니었구나’ 싶어서 정말 행복하죠. 회사 창립 후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변치 않는 신념은 우리 임직원들을 많이 믿고 사랑하자는 것이었거든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상 느끼는 게 우리 직원들의 역량은 제겐 ‘세계 최고’라는 것이었어요. 그에 걸맞게 회사도 글로벌 일류회사로 도약해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오늘 아침, 그 효과를 바로 느꼈답니다. 오전에 면접 본 지원자가 말하길 ‘잡플래닛에서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내용을 보고 에스트래픽 지원을 결심했다’고 하더라고요.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문 대표)
“회사도 ‘사람’이 모여 만든 집단이라 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에 집중했던 시간이 드디어 값지게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어요.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의 성공, 회사의 성장도 함께 따라올 것이라 믿었죠. 우리가 점차 좋은 회사임을 알아본다면 좋은 사람들도 꾸준히 모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김 부사장)
에스트래픽이 꿈꾸는 스마트도시…“새로운 비전설립은 계속된다”
에스트래픽은 도로뿐만 아니라 철도신호 제어, 상하개폐형 스크린도어(VPSD, Vertical Platform Screen Door),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을 포함한 공항ICT 시스템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철도 종주국인 유럽, 그 중에서도 까다롭다는 프랑스 국영 철도청에서 세계 최초 VPSD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 지난 2020년 방브 말라코흐(Vanves Malakoff)역에서 시범 운영을 개시했다. 이후 유럽 전역은 물론 이젠 남미까지 해외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저희가 회사를 창립하며 선언했던 것들 중 하나는 교통시스템 사업에서 한 우물을 파 글로벌 탑티어 반열에 올라가겠다는 목표였어요. 돈이 될만한 사업이라며 이것 저것 한 눈 팔지 않고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특별해질 수 있었던 원동력에 집중하고자 했죠. 그것들을 더욱 전문적으로 키워내고자 했어요.” (문 대표)
“에스트래픽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후배를 양성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어려웠어요. 이제는 기존 인력의 전문성 향성,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해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업계 특성상 변화는 늘 도사리고 있고 새로운 것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배우고 공부하는 자세는 항상 필요하고요.” (김 부사장)

창립 11년차를 맞은 2024년 1월 에스트래픽 임직원들과의 산행 모습 (사진 = 에스트래픽)
“2024년은 에스트래픽 창립 11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신사옥을 건축해 오는 8월 입주 예정이죠. 우리 회사가 직접 지어 소유하는 사옥으로 쾌적하고 일하기 즐거운 근무환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나보면 늘 변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복지와 보상도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바뀌어 나갈거예요. 새로운 사옥에서 새로운 10년을 맞이할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 대표)